결혼하자는 청혼을 받은 지 일주일.
남자친구는 우리집에 인사를 오겠다고 언제 가면 되냐고 자꾸 조른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이미 말했고
어머니는 아프다라고 계속 미뤘다.
마루하나 방하나.
조그만 우리집을 선뜻 보여주기 쉽지 않았다.
그런 내맘을 알턱이 없는 엄마는 오늘도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
집에 들어서면서 짜증을 내고 짜증의 끝은 언제나
"해준 게 뭐야"라는 칼이 되어 엄마에게 날아간다.
화딱지에 눈물에 냉장고 문을 확 열어젖혔다.
커다란 파인애플이 두 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때즈음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니 그 결혼한다는 친구 다녀갔다. 너하고 같이 오려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네가 너무 바빠서 혼자 먼저 왔대. 내가 아프다며 파인애플을 사 왔는데
나도 그 녀석 온다길래 파인애플을 사다 놨지 뭐냐. 그 녀석 아주 선하니 좋게 생겼드라."
나만 빼고 다 착한 세상.
냉장고 문을 붙들고 서서 종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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